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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0 19:44 수정 : 2006.07.20 19:44

사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메세나)이 크고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외형상 전년보다 5.3% 증가했다지만, 삼성의 리움미술관 건립비를 빼면 실질 증가율은 두자릿수를 훌쩍 넘어섰다. 지원 기업도 전년보다 31%나 늘었다. 반가운 일이다.

문화예술은 민간의 후원 없이는 발전은커녕 유지도 할 수 없었다. 르네상스는 15세기 지중해 상권을 쥐고 있던 메디치 가문이 없이는 상상할 수 없었다. 조선 중·후반 유교적 문인화 전통 속에서 진경산수나 풍속화가 꽃필 수 있었던 것이나 판소리 열두 마당이 정리된 것도 후원자 덕분이었다. 어려운 경제 사정 속에서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꾸준히 늘어나는 건 바로 이런 오랜 전통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그러나 우리의 메세나는 여전히 초보적 형태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의 지원은 기업이 자신의 문화재단에 출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특히 전체 지원금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802억원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건립과 소장품 매입에 쓰였다. 이런 이유로 말미암아 기업 지원은 생색내기이거나 일종의 문화예술 재테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메세나는 애초 자선사업 형태로 출발했다. 양로원·고아원 등 사회 복지시설에 대한 지원을 떠올리면 된다. 이어 애호가들은 예술가에게 물질적으로 지원하고, 예술가가 작품이나 공연으로 보답하는 형태의 후원관계로 변했다. 요즘엔 기업과 문화예술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동반자 관계에서 많이 등장하는 말이 문화마케팅이다.

영국의 이동통신업체 오렌지는 문화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선발주자인 보다폰(박지성 선수가 소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후원업체)이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는 사이 오렌지는 재즈와 영화 등을 집중 후원하고 문학상도 제정했다. 이제 오렌지는 경영 성과에서 보다폰을 앞지르고 있다고 한다. ‘클래식 김민기’ 등 꾸준하게 클래식을 지원해온 포스코는 차갑고 엄숙한 이미지를 부드럽고 인간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다. 문화예술과 접목하지 않고는 기업은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백범 선생의 혜안은 놀랍다. “내가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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