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1 20:42
수정 : 2006.07.21 20:42
사설
건설 노동자들의 포스코 포항 본사 점거농성이 아흐레 만에 끝났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해산함으로써 경찰과 노동자들의 정면 충돌이 벌어지지 않은 건 참으로 다행이지만, 앞날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사태의 근본원인에 대한 논의는 없고 농성자 처벌 목소리만 높다. 정부는 불법파업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고, 포스코는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부 언론이 앞장서는 ‘노조 죽이기’ 또한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정부는 언제나 불법파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였고, 노조 비판 여론몰이도 새삼스러울 게 없다. 경제를 볼모로 극한투쟁을 벌인다는 둥, 피해 액수가 엄청나다는 둥 하는 이야기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그렇지만 노조의 저항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다. 아니 날로 격렬해지도 한다. 환갑을 넘긴 노동자들이 전기도 끊긴 건물에서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면서 일주일 넘게 농성하는 지경까지 왔다. 이 정도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저항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포스코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다고 손실을 모두 회복할 수 있겠는가? 기껏해야 노조의 더 거센 저항이나 반감만 살 뿐이고 이는 결국 노사관계 악화로 이어진다.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을 생각하더라도 다른 길을 찾는 게 현명하다.
노동자들이 격렬히 저항하는 원인을 따져보면 답은 분명하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건설 노동자의 삶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가 지난해 80일 이상 파업을 벌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건설뿐 아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끊이지 않는 것도 복잡하게 얽힌 하청구조 탓이다. 여기에 비정규직화에 따른 고용불안까지 겹쳐진다.
그래서 포스코 점거농성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불법·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그 첫걸음은 원청·하청 기업들이 함께 협상에 임하는 산별교섭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개별 사업장내 노사 교섭으론 하도급 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젠 정부와 기업도, 노동조건 개선 없는 파업 강경대응으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이는 자신들에게도 손해라는 걸 깨달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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