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21 20:42 수정 : 2006.07.21 20:42

사설

히로히토 전 일왕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중단 배경을 밝힌 메모가 발견돼 일본에서 다시 야스쿠니 문제가 쟁점화하고 있다. 도미다 도모히코 전 궁내청 장관의 메모를 보면, 히로히토 일왕은 에이(A)급 전범의 야스쿠니 합사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합사가 이뤄진 78년) 이후 참배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일왕은 메모가 쓰여진 1988년, 참배를 정당화하던 각료들이 “‘천황’의 입장과 전쟁에 대한 내 마음을 아직도 잘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며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그는 전쟁을 가장 싫은 기억이라고도 했다.

이 메모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나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야스쿠니 참배 논리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본의 아니게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잃었던 분들에 대한 경의와 감사를 표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강변해 왔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장관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추도하는 것은 신앙의 자유이자 양심의 자유이고 이것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본 국민의 일치된 생각”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히로히토 일왕은 메모에서 전범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의 범주에 들지 않으며, 그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침략전쟁을 용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메모 공개 이후 일본에서 총리의 참배 중단과 별도 추모시설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동아시아 평화와 선린관계를 저해하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필요하다면 전몰자를 위한 별도 추모시설을 건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의 일본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긴 어렵다. 아베 장관 등 우파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선제공격론을 주장하고 군비확장에 열을 올리는 등 위험한 국가주의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을 기회로 일본 지도층이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야스쿠니 이데올로기’와 결별하고 평화국가의 정신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히로히토 메모가 자신의 참배와 무관하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이나 메모를 처음 보도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대한 화염병 투척 사건은 이런 바람에 재를 뿌리고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