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1 20:42
수정 : 2006.07.21 20:42
사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을 비롯해 도당 부위원장, 당원협의회장 등 한나라당 고위간부 5명이 재력가들과 함께 그제 강원도 정선에서 몰래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대체 지금이 어느 땐가. 지난주말의 물난리로 전국에서 숨진 사람만도 수십명에 이르고 많은 집과 들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등 온국민이 수재로 고통받고 있다. 물에 휩쓸려간 사람들 가운데 십여명은 아직 주검조차 찾지 못해 가족들이 산골짜기를 헤매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가장 수재가 심했으며, 정선도 그 가운데 한 곳이다.
이런 때 그런 곳에서 골프라니,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남의 눈길을 두려워한다면 할 수 없는 발상이고 행동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삼일절 골프보다도 더 오만하다. 더구나 이들은 애초 골프친 다음날 충북 단양지역에서 수해복구 지원활동을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언론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이들은 예정대로 수재민들을 찾아 그럴듯하게 위로하고 돕는 척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찍은 사진은 다음 국회의원 선거 때 이들의 홍보용으로 버젓이 사용됐을 것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게다가 이들이 골프를 친 날은 당 중앙에서 정한 ‘이재민 고통 분담주간’이 시작된 첫날이었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번 실수’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번 수재 때만 해도 한나라당 소속인 단양 군수는 홍수 피해가 늘고 있는데도 버젓이 유흥을 즐겼는가 하면, 안성시장은 중국으로 외유를 떠났다고 한다. 또 얼마 전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감옥에 갈 것”이라는 협박이 현역 의원의 입에서 쏟아졌다. 성접대를 했던 사람을 공천했다가 번복하는 소동을 빚은 뒤에 결국 재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했던 사람을 다시 공천하는 행태도 국민을 무시한 전형적인 사례다. 5·31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벌써 정권을 잡은 듯이 행동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웰빙당’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겠는가.
이번 골프사건의 당사자는 지난 경선 때 강재섭 대표를 열심히 도운 측근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강 대표의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할 준비가 돼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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