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4 19:49
수정 : 2006.07.24 19:49
사설
레바논 사태가 분기점을 맞고 있다. 레바논에서 수백명의 희생자와 60만명 이상의 난민을 낳은 ‘인도주의적 참상’ 앞에 국제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프랑스·독일이 현지에 외무 장·차관을 보내 중재외교를 시작한 데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도 중동방문 길에 올랐다. 26일에는 유럽-아랍 긴급회의가 열려 휴전방안 등을 논의한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제사회의 이런 움직임은 바람직스럽다. 지금이라도 이스라엘의 반인도적 공습과 헤즈볼라의 되풀이되는 테러행위를 멈추게 할 방안을 마련해 무고한 희생을 막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사자들 쪽에 즉각적인 휴전을 강제하고 이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킬 방안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갑작스럽게 부상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제안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그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허 독일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전투 경험을 가진 유럽연합 나라 군대들로 이뤄진 다국적군의 레바논 남부 배치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음에도 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연합 나라들은 이 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의사를 밝혔고 미국 역시 논의해볼 만하다는 태도다.
그러나 이 나토 평화유지군 안은 몇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평화유지군이 헤즈볼라의 자국 공격을 막을 정도의 힘을 가져야 한다고 이스라엘이 강조하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이런 주장은 자신들이 추구해 온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나토군을 통해 관철하려 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또 나토는 소련 해체 이후 정치기구적 성격으로 전환했다고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집단 안전보장 체제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기구에서 평화유지를 담당할 경우, 미군이 참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때문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등이 제시한 유엔 평화유지군 증강 방안이 좀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자국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때 거부권을 행사하든지 유엔 결의를 무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엔을 무력화했는데, 국제분쟁을 중립적인 처지에서 다룰 수 있는 유엔의 권능 복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