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항 경찰이 포항건설노조의 동향을 담은 내부보고 문건을 포스코에 전달한 일이 드러났다. 노조가 포스코 점거농성 전날 벌인 집회에 관한 문건이다. 경찰은 “단순히 집회상황을 기술한 것이어서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지만, 문건 맨 위에 ‘열람 후 파기’(이면지 사용금지)라는 주의사항까지 단 걸 보면 궁색한 해명이다. 경찰과 포스코가 긴밀히 공조해 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포스코의 노사관계 변화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의혹은 더 짙어진다. ‘사외 노정 활동 강화’ 항목에는 대외활동 현황이 도표로 정리돼 있다. 노동부·노동위원회·경찰·검찰·시청을 ‘유관기관’으로 묶은 뒤, ‘부정기적 간담회, 친분관계 유지’라고 적어놨다. ‘노조 설립신고, 분쟁 조정·해결 기관과의 유기적 협조채널 강화, 노무부서장 주관 교류행사 정례화’라는 부연 설명도 있다.
사찰 수준의 직원 통제도 드러났다. 중점관리 대상자를 ‘비우호’ ‘중도, 우호’ ‘취약계층’으로 분류하고 간부들이 일대일로 책임관리하는 방안이 이 문건에 적혀 있다. ‘현장 직원들의 일상 상황을 매일 라인계통 보고 및 부단위 종합 필요’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노사 분규라곤 없었던 포스코가 이렇게 과잉 대응하는 건, 근본적으로 비뚤어진 노조관 탓이다. 노조는 위험한 세력이기에 약간의 분규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식이 무리한 대응을 낳는 것이다. 이는 포스코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아직도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이 하나둘이 아니다. 노조관리 책임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해임까지 하는 ‘삼색등제’ 또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한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경찰 같은 치안기관의 인식도 별 차이가 없다.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기업과 정부 기관의 공조는 이런 인식의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노조를 감시·통제 대상으로 보는 한, 노사관계 선진화는 먼나라 이야기다. 정부는 경찰과 포스코의 관계를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구시대적 노조관에 사로잡혀 불법·탈법을 일삼는 기업과 공무원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걸 이참에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이번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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