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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정상화와 과거사 청산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물러났다. 사퇴 이유는 “정당의 대표로서 장학회 이사장직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과거사 청산 과제로 불거져 온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비판을 비켜가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정수장학회’라는 이름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5·16 군사쿠데타 직후 한 기업인이 운영하던 부일장학회 재산을 빼앗아 ‘5·16 장학회’를 만들었다가 이름을 바꾸었다. 이 장학회 이사장 자리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대표가 장기집권해 온 것이다. ‘유신’을 탈색하고 싶은 한나당으로서는 그것이 유신 연계성을 강화해주는 일이어서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박씨의 이사장직 사퇴만으로 정수장학회가 제 모습을 찾는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기존 이사진이 계속 박씨의 영향권 안에 있으리라는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의 많은 시민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정수장학회는 진정 시민을 위한 공적 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이사회가 객관적이고 중립적 인사로 전면 재구성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장학회는 이사진의 전면개편 뒤 사회적 공론의 장을 통해 명실상부한 공적 재단으로 새 위상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정수장학회 설립과정은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위 조사 대상에 들어있다. 이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지는 것이 장학회의 진정한 사회 환원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더 늦기 전에 크게 뒤틀린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아 사회와 역사의 정기를 세우는 일이야말로 시대의 책무다. 그럼에도 잘못된 과거사에 책임 있는 가해자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언론과 정치를 통해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철저한 조사와 이에 기반한 사회의 건강한 비판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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