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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7 19:48 수정 : 2006.07.27 19:48

사설

여권 만들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보통 열흘이면 나오던 것이 한달 넘게 걸리는 바람에, 국외로 여행·연수·출장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불편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접수만 하는데도 새벽 줄서기는 기본이고, 상대적으로 발급기간이 짧은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무슨 묘수가 있는지 고액의 급행료를 주면 사나흘 만에 여권을 받아주는 대행사까지 극성을 부린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사정이 이러니 여권 발급 업무를 대행하는 일선 지자체 32곳도 죽을 지경이란다. 오죽하면 서울의 한 구청이 장사진을 이룬 접수 창구를 동영상으로 찍어 정부에 대책 마련을 하소연했겠는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건 정부의 안이한 수요 예측과 대처 탓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위·변조 대책을 강화한 새 여권을 도입했다. 신규 발급은 물론 동반 자녀가 있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때도 새 여권을 만들어야 하는 통에 여권 수요가 급증했다. 여권 발급 건수는 올 들어 50~60%나 늘었다. 반면 새 여권의 사진 처리 방식 등이 바뀌면서 제작·발급에 드는 시간은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제작 기간마저 늘었으니 적체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이미 여권 발급 기관들은 지난 겨울방학 때 여권 신청 폭주로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이번 여름 휴가철과 방학 기간에 똑같은 혼란과 불편이 재연될 것이란 점은 능히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외교부 대책은 지난 6월 수도권에 발급기관 3곳을 늘린 게 사실상 전부였다. 여권 제작·발급을 한곳으로 통합해 발급량을 늘리는겠다는 계획은 여전히 시험 운영 중이다.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했다. 당일 접수 건수를 제한하지 않도록 민원 절차만 개선했어도 지금처럼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외교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값비싼 장비와 인력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새 여권 교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는 상시적인 여권 적체 현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근본 대책 없이 당분간 불편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연간 국외 여행객 1천만명 시대에 맞는 개선책을 서둘러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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