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 등에서 보인 강력한 추진력과 도덕성 때문에 나름대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교육 현실을 바로잡는 데 기여하리라는 기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한 달도 안 돼 무너졌다. 그가 자녀를 외국어고에 편입시킨 사실이 드러났을 때만 해도, 아이를 더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 마음’으로, 우리 사회는 떨떠름하지만 관대하게 넘겼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논문의 중복 게재, 실적 부풀리기 등은 사회적 관용의 한계를 넘어선다.특히 그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영향력과 관련한 연구로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과 두뇌한국(BK) 21에서 겹치기로 연구비를 받아 챙긴 것은 교육 수장이 아니라 강단 교수로서의 도덕성마저 의심케 한다. 그는 1996년 시민단체 영향력을 주제로 학진에서 연구비를 받았고, 그 결과를 2002년 8월 두뇌한국 21 연구실적으로도 보고했다고 한다. 재탕도 문제려니와 기존의 연구를 두뇌한국 21의 실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규정도 어긴 셈이다. 개방형 임용제와 관련된 논문은 한양대와 국민대 교내 학술지는 물론 자치공론에도 중복 게재했다고 한다.
이제 그가 교육 수장으로서 적임자인지 여부를 따지는 건 한가로워 보인다. 교육은 효율성보다는 가치를 중시한다. 결과보다는 수단과 과정을 중시한다. 경영자가 아니라 스승이기를 요구한다. 그만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김 부총리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덕목이다. 교육계의 적폐에 기댔던 이에게 어찌 적폐의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 청와대는 그런 문제까지 들춰내면 앞으로 누가 교육 책임자가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사실 논문 중복게재, 연구 부풀리기, 표절은 대학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관례이니 비켜가자고 하는 것은 청와대가 할 말이 아니다.
오히려 ‘김병준 사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김 부총리는 역설적이게도 교육계의 많은 적폐를 새롭게 드러냈다. 우리 대학 사회는, 정책적 관심이 대입제도에 매달려 있는 사이 곪을대로 곪았다. 그의 사퇴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국은 이런 적폐까지도 새 교육 수장을 통해 일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어쩌면 전화위복의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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