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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31 20:29 수정 : 2006.07.31 20:29

사설

법관들 사이에 친·인척이나 가까운 지인의 청탁을 서로 주고받는 ‘관선 변호’ 관행이 여전하다고 한다. 변호사를 고용하는 ‘사선 변호’에 빗댄 법조계 은어가 통할 정도이니 능히 짐작이 간다. <한겨레>가 취재한 법관들 말로는, 노골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사건기록을 잘 검토해 달라거나 법률적 조언을 구실로 간접적인 청탁을 하는 사례가 많다. 뒤탈을 우려해 상대가 있는 민사사건 등은 청탁을 꺼리는 등 나름의 ‘금도’도 있다고 한다. 청탁을 받으면 기록을 한번이라도 더 뒤져보는 게 인지상정이라니, 집안에 판·검사 한 명은 있어야 억울한 일이 없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닌 듯싶다.

법관 윤리강령은 타인의 법적 분쟁에 관여하거나 다른 재판에 영향을 끼치는 행동, 공정성을 의심받을 법률적 조언 등을 엄연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부적절한 청탁 문화가 마치 미풍양속처럼 이어져 왔고, 결국 법조 비리를 부른 뿌리가 됐다. 법조 브로커 김홍수 사건에 연루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역시 김씨 부탁을 받고 후배 판사들한테 직·간접 압력을 행사한 게 핵심 혐의다. 청탁자가 친·인척이냐 브로커냐, 대가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법률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니 잘못이 드러나도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한 젊은 법관이 부장판사의 사건 청탁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공론화했지만 법원은 사과와 구두 경고로 무마했다.

더 큰 문제는 법조계의 안이한 태도다. 적잖은 법관이 돈과 이익을 좇아 법 경계를 넘나드는 변호사나 브로커와 술 마시고 골프 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런 끈끈한 인간관계는 훗날 ‘무슨 재판에 신경 좀 써달라’는 청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요, 그 자체가 비리사슬이 된다. 그런데도 ‘판사는 술도 먹지 말라는 거냐’며 항변하는 현실은 암담하다. 사회는 투명해지는데 법원이 이런 관행을 스스로 떨쳐내지 못한다면 비리사슬은 끊을 수 없다.

최근 법원이 잇따라 법조비리 근절책을 내놓고 있다. 비리 감찰에 외부인을 참여시키거나 연임 심사를 통해 부적격 판사를 걸러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자정 노력에 앞서 환부를 낱낱이 드러내겠다는 자성과 고백이 우선이다. 내 가족이 법정에 선다면 어떻게 처신할지 자문해 보면 답은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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