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31 20:30
수정 : 2006.07.31 20:30
사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어제 대한상의를 방문해 이른바 ‘뉴딜’을 제안했다. 경제계가 투자와 신규 채용 확대 등 경제 활성화에 나설 것임을 약속하면 재벌을 포함해 기업들이 해온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게 그가 말하는 뉴딜의 뼈대다.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를 비롯한 규제 완화와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뿐 아니라, 경제인 사면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수도권 규제 역시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주 중에 전경련과 기협중앙회도 들러 같은 제안을 하고, 필요하면 재벌 총수들도 만나겠다고 했다.
위험하고 효과도 의문스런 ‘거래’ 제안이다. 거래는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나라 정책과 제도의 바탕을 이루는 원칙이 함부로 내세울 흥정물인가. 출자총액 제한을 폐지하고 경제질서를 어지럽힌 재벌 총수를 사면한다고 기업이 투자에 나서고 채용을 늘리리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하기 짝이 없다. 하물며 경제계가 약속한들 실천을 담보할 방도도 없다. 방법도 어긋났다. 서민경제 살리기라며 재벌에 구걸하는 모양새다. 재벌에 손을 벌려 양극화를 완화하고 서민경제를 살린 적이 언제 있던가. 어찌 보면 이것이 당 정책위를 관료와 기업인 출신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한계인 듯싶다.
뉴딜이라는 표현도 어쭙잖다. 거래(deal) 뜻을 담으면서 미국의 뉴딜 정책을 연상케 하려는 의도가 묻어난다. 1932년 루스벨트는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뉴딜’을 내세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 의장 역시 여권 대선 후보군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미국 뉴딜정책은 대공황이라는 미증유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있다고는 하나, 과연 원칙을 무너뜨리고 김 의장 말처럼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책까지 수용할 정도의 비상시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뉴딜정책의 기본 방향은 당시 미국을 지배하던 자유방임주의에서 벗어나 연방정부와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쪽이었다. 가져다 붙여도 제대로 해야 한다.
정부 정책 방향과 한참 거리가 있어 논란과 혼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걱정스럽다. 생각이 다른 선장 둘이 한배에 오른 격이니 배가 어디로 갈까. 김 의장은 자신의 지명도를 올리고 싶어하고 여당 사정은 다급하겠지만, 그럴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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