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31 20:31
수정 : 2006.07.31 20:31
사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 문제로 나라가 온통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가 야당은 물론 여당과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고, 시민사회 단체도 참여정부와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수재와 경기침체 등 국정 현안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과연 이 문제가 온나라를 들쑤셔놓을 만큼 중요한 현안일까.
김 부총리의 버티기엔 이해할 만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개인의 인권 혹은 명예와 관련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공인이건 자연인이건 터무니없는 명예훼손을 좌시할 순 없다. 특히 정치적 의도가 명백한 인신공격에 굴복할 순 없다. 청와대도 이런 측면을 중시해 두둔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도한 공격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김 부총리와 청와대의 태도는 합리적인 대응이라기보다는 오기에 가깝다. 무엇보다 김 부총리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하나의 논문을 제목만 바꿔 두 개의 실적으로 두뇌한국(BK) 21 사업단에 보고한 것은, 실무자 실수를 따지기 전에 학자로서 심각한 과오다. 이전의 연구논문을 두뇌한국 사업의 성과로 보고한 것도 마찬가지다. 입이 열이라도 할말이 없다.
물론 김 부총리로선 억울해할 만한 구석도 있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나 중복게재 시비는 관행이나 그의 처신으로 볼 때 문제삼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교육정책을 이끌어갈 책임자다. 교육 책임자의 도덕성을 재는 잣대는 학계에서 통용되는 관행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한 상식이다. 학계에서도 이런 관행은 지양되고 개선돼야 할 폐습으로 꼽힌다. 앞장서 시정해야 할 책임자가 그런 관행에 기대어 결백을 주장할 순 없다.
김 부총리가 ‘부당하게 덧씌워진’ 허물을 벗어버리고 싶다면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서 법에 호소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비록 관행일지 모르나 교육 책임자에겐 분명 허물이기 때문이다. 자리도 지키고 명예도 회복하겠다고 한다면 게도 구럭도 모두 잃는다. 자신은 물론 우리의 교육도 불행해질 수 있다. 정책 집행에서 중요한 것은 설득과 동의인데 누가 동의하고 따를까.
김 부총리는 개인의 명예에 매달려 더는 국가 정책을 표류시키고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건 정당한 투쟁이 아니라 이판사판 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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