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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1 18:43 수정 : 2005.03.01 18:43

노무현 대통령이 삼일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 쪽에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일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과거사 문제를 자신의 임기 안에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당하고 시의적절한 태도다. 일본 쪽의 상응하는 조처를 기대한다.

노 대통령이 제시한 논거는 지극히 타당하다. 그는 “한·일 두 나라는 동북아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공동운명체”이지만 법적·정치적 관계의 진전만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으며 “그 이상의 실질적인 화해와 협력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거사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은 과거 독일이 그랬듯이, 진실한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서 진실규명과 사과·배상 등을 통해 상처를 아물게 함으로써 과거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전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새로운 한-일 관계의 출발점을 규정하는 기준이 될 만하다.

문제는 일본이 충분히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 배상 문제가 한-일 협정으로 종결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문제를 풀어가려는 태도가 아니며, 진실과도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도 인정한 것처럼 한-일 협정과 피해 보상에서는 한국 정부도 부족함이 있었지만, 일본 쪽도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더욱이 당시 협상에서는 징병·징용 피해자만 거론했을 뿐 군대 위안부와 원폭 피해자, 징용 사할린 동포 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앞으로 일본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한-일 협정의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은 이제까지 과거사 문제의 해결에 소극적인 것은 물론이고 역사 왜곡 교과서를 펴내고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는 발언을 되풀이하는 등 자폐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다 군사 대국화를 추구하고 평화헌법까지 개정하겠다니 그 저의를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은 노 대통령의 연설을 이웃나라가 선의를 갖고 보내는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출발점은 과거사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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