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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서울대 총장의 ‘정치력’ |
김민수 전 교수 재임용 안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대 인사위원회가 무산됐다. 25일 재임용이 부결된 뒤 사흘 만에 열린 이번 인사위는 회의 재소집 명분이 없다는 일부 교수들의 반발로 회의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학교 쪽은 인사위를 오는 3일 다시 열기로 했다지만, 서울대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얼굴에 또다시 먹칠을 하는 꼴이 됐다.
김 전 교수의 복직을 집요하게 반대하는 일부 교수들의 아름답지 못한 행태를 여기서 다시금 거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사법부 결정의 근본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교수의 행태는 일반의 통념을 멀리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이 시점쯤에서 슬기롭게 발휘돼야 할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이른바 ‘정치력’이다.
일부 교수들이 이렇듯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데는 그동안 쌓여온 인간적인 앙금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복직을 위해 6년 넘게 외롭게 싸워온 탓에, 김 전 교수로서도 다소 거칠게 문제를 제기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뚫고 ‘복직’이라는 법원의 결정을 구현하려고 했다면 총장은 마땅히 ‘대화와 설득을 통한 원칙의 관철’이라는, 폭넓은 의미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했다. 이런 정치력 발휘야말로 학원의 크고 작은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해야 할 대학 총장의 의무이기도 하다.
정 총장은 김 전 교수의 재임용 탈락 뒤 이 사안에 대해 총장으로서 최소한의 공정성과 책임감을 보여왔다고 보기 어렵다. 안팎에서 제기된 복직 요청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결정을 기다려 보자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그가 말해온 사법부의 결정이 난 이상, 이제라도 원칙에 입각해 분명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설령 교수사회 안의 인간적인 갈등이 원칙 관철에 방해가 되더라도, 대화와 설득으로 이를 타넘는 정치적 슬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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