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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1 19:36 수정 : 2006.08.01 19:36

사설

황우석씨의 논문조작 사건은 우리 과학계를 세계적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터진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태는, 이런 논문 부조리가 학계에선 아예 관행으로 굳어져 있음을 확인해줬다. 지금까지 김 부총리 사퇴 여부에 쏠렸던 관심은 이제 이런 학문적 ‘사기’를 뿌리뽑는 데 모아져야 한다.

논문 표절 시비 때 청와대 관계자는 “그 정도가 문제가 된다면 교수 중에서 누가 교육부총리를 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학과장이 신임 교수의 논문을 베껴 박사 학위를 받고 조교에게 논문을 대필시키는 경우까지 비일비재하다니, 생뚱맞은 소리는 아니다. 논문조작·대필·표절은 그렇다 치고, 이보다 사기 수준이 덜한 편법까지 포함하면 교수 사회와 파렴치범 사회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흔한 논문 중복게재 이외에 기존 논문을 제목만 바꿔 새로 발표하는 자기표절, 하나의 조사를 여러 형태로 울궈먹는 논문 쪼개내기, 서로 이름을 올려주는 공저자 끼워넣기 등 편법은 헤아리기 힘든다.

교수들의 동업자 의식은 이런 사기와 편법을 관행으로 굳혀놨다. 전문 학술지에서도 심사위원들은 심사를 대충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자신도 심사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절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가는 또래 집단에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여기에 교수의 역량을 발표 논문 수와 외부에서 끌어오는 연구비 규모로 평가하는 풍토는 이런 사기와 편법을 부채질한다. 논문 수가 호봉이나 승진, 안식년 등 인사 평가의 잣대가 되는데 누가 거기에 의존하지 않을까. 발표되는 논문은 급증하지만, 인용 건수는 세계에서 하위권을 맴도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불량논문 양산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좋은 논문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한 축적이 있어야 가능하다. 양이 아니라 질에 대한 평가가 없이는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논쟁을 회피하는 학계 풍토, 명망가 중심으로 파벌화한 지식권력 행태 따위도 불량논문 생산을 부추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연구윤리 실종이다. 교수단체들은 김 부총리를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했지만, 정작 스스로 허물을 드러내고 자정을 결의한 데는 한 곳도 없었다. 이번 사태는 부총리 사퇴로 그칠 일이 아니다. 학계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연구윤리의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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