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2 19:14
수정 : 2006.08.02 19:14
사설
대한변호사협회가 직무 관련 비리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9명의 업무를 정지시켜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최근 법조비리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사문화한 업무정지 청구권을 처음 행사한 것이다. 앞서 변협은 개업을 앞둔 판·검사들에 대해 재직 시절 징계 경력 등을 확인하도록 등록심사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적격 변호사를 엄격히 걸러내겠다는 자정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이번 조처는 지금까지 변호사 등록 및 징계 규정이 얼마나 느슨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변협이 징계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349명에 이른다. 대부분이 견책이나 과태료, 정직 처분에 그쳤다. 제명된 이는 10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직은 길어야 몇 달, 과태료는 수백만원 수준이다. 잘만 하면 수억원대의 수임료와 성공 보수를 챙기는 마당인데 이 정도 처벌로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있겠는가. 업계에선 불가피한 비용쯤으로 여기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실형을 선고받아 제명 처분을 받아도 2~5년이 지나면 다시 개업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변호사 자격을 완전히 박탈하는 영구제명 처분은 한 차례도 없었다.
현재 국회에는 사건 당사자의 징계 청원권, 영구제명 대상 확대, 퇴직 판·검사의 수임사건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변호사 업계는 자정 의지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라도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비리 변호사는 법률 소비자한테도 큰 피해를 준다. 하지만 변협은 자체 징계 정보를 일반인에게 사실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차례 징계를 받은 결격 변호사한테 아무것도 모르고 사건을 맡기는 선의의 피해자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징계 변호사의 신상과 사유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업계의 윤리 의식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 업계의 ‘전관예우’ 관행과 브로커 문화는 고질적인 병폐요, 법조 비리의 온상이다. 업계의 수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비리 유혹은 더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비리에 연루된 판·검사는 옷벗고 개업하면 그만이고, 피고인 신분의 변호사도 버젓이 사건을 수임해 온 관행을 근본적으로 떨쳐내야 한다. 변호사 업계의 자정 노력이 법조비리 사건의 불똥을 우려한 일회성 대책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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