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2 19:13
수정 : 2006.08.02 19:13
사설
중소기업은 경제에 풀뿌리 같은 존재다. 풀뿌리가 살 수 없는 숲이 있을 수 없듯, 중소기업이 돋아날 수 없는 경제 생태계에선 지속 가능한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의 중소기업 경영환경은 척박하다. 판로 개척이나 자금 확보, 구인 등에서 겪는 공통적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문어발식 재벌경제 체제와 대기업 횡포가 만연한 하청구조도 새싹의 성장을 어렵게 한다.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골라 〈한겨레〉 광고지면에 무료로 소개하기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뿐만 아니라, 대기업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손잡고 펼친 일이다. 그동안 영세기업이나 신생기업 제품 28개가 소개됐다. 홍보 전 평균 월 매출액은 1470만원이었는데, 홍보 직후 첫달 매출액은 2500만원으로 70% 가량 늘었다. 공치사할 것까진 없다. 그러기엔 밤하늘의 반딧불이처럼 작은 일이다. 한차례 무료 홍보한 걸로 생색낼 일도 못 된다. 그래도 의미는 있다. 각 부문이 중소기업 살리기를 위해 작은 실천에 나선다면, 그것이 모여 중소기업 뿌리를 키우는 거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대기업에 떨어지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60%에 가깝다. 고용 비중은 더 높다. 예컨대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생산 비중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비슷하지만, 종사자 수에선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세 배에 이른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 투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쪽은 중소기업이다. 고용 문제를 풀 해답을 어디서 먼저 찾아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다달이 4천 곳이 넘는 법인이 새로 생긴다. 한 법인에 세 사람씩 일해도 1만2천 자리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들 법인 중 얼마가 제대로 자라 풀뿌리 구실을 할지에 우리 경제의 앞날이 달렸다. 우선은 기업인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중요하다. 케인스가 말한 ‘야성적 충동’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부·금융회사·대기업·언론 등 각 부문이 얼마만큼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좌절이 희망으로 변할 수도 있다. 말보다는 실천이다. 작은 실천이 모이고 더 큰 실천으로 이어져 중소기업 토양이 한층 기름지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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