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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4 19:33 수정 : 2006.08.04 19:33

사설

경찰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습격한 지충호씨의 개인 금융 정보가 언론에 불법 유출된 경위를 수사 중이라고 한다. 사건 당시 수사기관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지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한 일간지가 자세히 보도한 사실이 뒤늦게 문제가 된 것이다. 경찰 조사대상에는 거래내역을 조회한 외환은행 직원 9명과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가 포함됐다.

경찰은 기자의 요청으로 은행 직원이 거래내역을 건네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외환은행은 유출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어떤 이유로도 본인 동의 없이 개인 금융정보를 유출·공개하는 건 엄연한 불법 행위다. 현행 금융실명거래법에선 동의나 영장 없이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누설·요청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경찰은 유출 과정의 불법성을 엄정히 따져 법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은 평소 이용자 정보에 대한 금융기관의 의식과 시스템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찰 말로는, 지씨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은행 직원 9명 가운데 6명은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는 이들이다. 심지어 호기심 때문에 지씨의 거래내역을 열람한 직원도 있다고 한다. 이용자 정보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금융기관 종사자의 평균적인 직업 의식이 이 정도인지 의심스럽다.

거래내역을 “조회는 했지만 유출은 안 했다”는 외환은행 쪽 주장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개인 금융정보의 비밀보장은 금융기관 종사자의 직업윤리와 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업무와 상관없이 이용자 정보를 엿보고 허술하게 다룬다면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금융당국의 조사와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씨의 범죄 행위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고 온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극악무도한 피의자라 해도 기본적인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 행여 지씨의 개인정보 유출 행위에 ‘이런 흉악범이니 괜찮겠지’하는 의식이 깔려 있었던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더욱이 언론은 피의자 인권을 옹호하고 수사권과 형벌권 남용을 감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황우석 사태 때 ‘강압 취재’ 관행이 국민의 비판을 받은 게 바로 엊그제다. 언론이 불법 행위로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그건 알권리 이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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