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4 19:35
수정 : 2006.08.04 19:35
사설
보름 남짓 교육 행정을 마비시켰던 김병준 교육부총리 파문이 일단락되자, 이번엔 새 법무장관 기용을 두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청와대와 야당이 다시 정면 충돌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당과 청와대의 감정적 마찰은 여권 분열과 국정 마비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인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엊그제 차기 법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두고 도덕성과 자질은 적합하나 민심에 어긋난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이런 여당 움직임을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투쟁’으로 규정하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의 말대로 “(열린우리당에서)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을 사람은 남는” 상황이 언제 어떻게 올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에게 국정을 맡긴 사람들의 신세가 처량하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시작과 끝을 이룬다. 자신의 뜻과 생각을 구현할 인물을 기용하면서 정책 결정 및 집행은 시작되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시 해당자의 인사로 이어진다. 따라서 인사권이 국정운영을 책임진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실현하는 쪽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따라서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정치권의 견제는 지명된 사람의 도덕성과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그의 인사 방식이나 정치적 고려에 대한 시비도 있을 수 있지만 주변적일 뿐이다. 야당이 들고나오는 코드인사 시비는, 코드를 앞세워 자질도 없는 인사를 기용했을 때나 타당하다. 검증은 제대로 못하면서 코드인사만 따지는 건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자질은 훌륭하나 민심이 원치 않는다는 김 의장의 발언도 엉뚱하긴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도 권력투쟁 운운하며 팔을 걷어붙일 때가 아니다. 지금 제기된 문제는 그의 인사 방식에 관한 것이다. 소수 측근을 주요 보직에 차례로 기용하는 자폐적 인사 때문이다. 그렇게 해 온 결과가 바람직했다면 이런 논란은 없을 것이다. 정국운영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외연을 좁혀온 게 사실이다. 이런 부작용 탓에 근거없는 코드인사 비판이 먹힐 수 있었다.
여권은 냉정해야 한다. 인사권을 놓고 주도권 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다. 주어진 권리와 소임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에게 보탬이 되지는 못할 망정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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