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7 18:53
수정 : 2006.08.07 19:09
사설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 사건과 관련해 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조아무개씨와 전직 검사 김아무개씨, 경찰 총경 민아무개씨 세 사람의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을 잘봐 달라는 부탁의 대가로 김씨로부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은 혐의다. 전직 부장 판사가 재직 때의 비리와 관련해 영장이 청구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법원 관계자들의 심리적 충격이 클 것이라는 것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법원 일각에서 자기 식구가 비리 혐의에 연루된 것을 억울해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일로 가장 크게 실망하고 좌절한 사람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법관들만은 그래도 법의 최후 수호자로서 처신을 바르게 할 것이라고 믿었던 국민들은 지금 ‘세상에 믿을 데는 하나도 없다’는 허탈감에 빠져 있다. 더구나 조 전 부장판사는 수사 도중에 2천여만원을 김씨 쪽에 건네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증거 인멸을 시도한 혐의도 사고 있다고 한다. 차관급 예우를 받던 고위 법관이 한 행동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법원 등 법조계 일부에서는 과거와 비교해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리 방향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김홍수씨 사건은 이른바 동업자들끼리의 접대와 떡값 제공이 내용이었던 의정부 지원 사건이나 대전 법조비리 사건과는 달리, 구체적인 사건 해결을 대가로 법을 다루는 관계자들이 금품을 받은 혐의가 짙은 반사법적인 행위로 추정된다. 법조계가 감싸기에 나설 게 아니라 내 식구에 더 엄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느 사건에서나 불구속 수사 원칙이나 피의자 인권 보호 등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법 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신뢰는 자신의 아픈 상처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자정 노력을 기울일 때만 싹이 틀 수 있다.
국민들은 지금 오히려 검찰과 법원, 경찰에서 1명씩 대표격으로 영장을 청구한 선에서 이번 사건을 대충 마무리지으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는 사법정의를 다시 세울 희망이 없다. 세 사람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 사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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