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7 18:53
수정 : 2006.08.07 18:53
사설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이 39일째를 맞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노조원들이 지난달 21일 포스코 본사 농성을 풀면서 정면충돌의 위기를 넘기는 듯 싶었지만, 노조 조합원 하중근씨의 사망으로 사태는 다시 나빠지고 있다. 노조 쪽은 지난 4일 대규모 집회를 연 데 이어 내일 다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포항 현지에선 노조와 경찰이 또 한차례 크게 충돌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고 한다.
이렇듯 노동계와 정부의 충돌이 심해지는 가운데 노·사 교섭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태 해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스코 또한 별다른 해결 움직임이 없다. 이러다간 지난해 76일이나 계속됐던 울산 건설플랜트노조 파업처럼 장기화할 공산이 아주 높다. 특히 우려스런 것은 대화의 장이라도 마련하려는 제3자의 중재노력마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울산 건설플랜트노조 사태가 늦게나마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노·사·정이 중재에 나선 덕분이었다. 순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파업 또한 지방 정부와 관련 단체의 중재가 사태를 푸는 데 한몫 했다.
물론 제3자의 중재 노력이 아주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어렵사리 마련된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보장할 장치가 없어서 협상 타결 이후에도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또 제3자는 당장의 사태 해결에만 집중하기 마련이어서, 문제의 근본원인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노조 단체와 사용자 단체가 산업별 또는 지역별 교섭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하도급 형태로 일이 진행되는 건설 부문의 경우 특히 이런 집단적 노·사 교섭이 중요하다.
하지만 포항건설노조 사태는 이렇게 교섭체제를 모두 갖춘 뒤 논의할 정도로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파업이 길어지면 노·사 모두 적지 않은 피해를 보는 건 물론이고 지역경제 전반에도 좋을 게 없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최소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노력이라도 펼쳐야 마땅하다. 정부 또한 하중근씨 사망사건의 진상 규명을 서두르고 노·사가 대화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가 혹시라도 강경대응을 통해 노조를 굴복시키겠다는 생각을 고집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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