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8 18:22
수정 : 2006.08.08 18:22
사설
<에스비에스>가 방송사 사이 협정을 깨고 자회사를 내세워 2016년까지 올림픽 및 2010·2014년 월드컵 축구 중계권을 싹쓸이했다. 중계권료가 모두 2천억원에 이르는데, 이전에 견주어 갑절 넘게 치솟은 것이라고 한다. 불과 두 달 남짓 전인 5월 말에 방송 3사 사장들은 ‘올림픽·월드컵 특별위원회’를 두어 중계권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서로 싸우다간 중계권료만 올려놓을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에스비에스는 이 협정을 깼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비난하고 나선 건 당연하다.
에스비에스는 중계권을 재판매해 독점적으로 중계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계권료는 적정하다고 해명하나, 군색하다. 지나친 중계권료는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할 뿐더러 결국은 시청자에게 전가된다. 방송사가 힘을 합해 될수록 낮춰야 옳았다. 대형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한 방송사가 독점하는 건 시청자들의 보편적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방송사들은 그동안 스포츠 중계권을 두고 자주 출혈 경쟁을 벌여 왔다. 미국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선수 경기 중계권 등 이런 사례는 헤아리기도 어렵다. 시청자들은 치솟는 중계권료를 곱지 않게 봐 왔다. 독점중계 탓에 보고 싶은 경기를 못 보기도 했다. 창구를 단일화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방송 3사 사장 합의에 기대가 컸다. 에스비에스는 이런 바람을 저버렸다.
특히 앞에선 약속하고 뒤에선 자회사를 내세워 협상을 벌인 비신사적 행위는 어떤 해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신뢰를 중시해야 할 방송사라면 더욱 해선 안 될 일이다. 지난해 <아이비 스포츠>가 2008년 올림픽 축구 아시아 예선 등의 중계권을 독점 계약했을 때, 에스비에스는 “국제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만만한 돈줄’이라는 인식까지 얻게 됐다”며 질타했다. 이런 이중 잣대를 가진 방송사를 시청자들이 어찌 믿겠나.
경쟁은 대체로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킨다. 그러나 이번 같은 국제 스포츠 독점 중계권 따기 경쟁에선 출혈만 있을 뿐이다. 상업주의가 만연한 국제 스포츠기구에 이용당하고, 경쟁의 악순환만 낳는다. 유럽과 일본 방송사들이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도 그래서다. 상업방송이라 해도 방송의 공적 기능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 어떤 방식이든 스스로 바로잡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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