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9 18:46
수정 : 2006.08.09 18:46
사설
이번 8·15 사면·복권 때 비리 경제인뿐 아니라 신계륜·권노갑·서청원 전 의원과 안희정씨 등 비리 정치인들도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와 법무부 쪽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인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여러 얘기 할 필요 없다. 거명된 대로 정치인 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는 누가 봐도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씨와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신 전 의원을 구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야당 정치인은 구색맞추기일 뿐이다. 역대 정권에서 익히 봤던 공식이다. 4년 전 ‘정치인 노무현’에게 국민들이 기대했던 바는 이런 온정주의, 정실정치가 아니었다. 썩은 곳을 도려내고 기성의 낡은 정치를 청산하는 새 정치의 실현이었다. 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거꾸로 가려고 하는가.
일부에서는 안씨가 개인 비리가 아니라 잘못된 관행인 대선자금을 관리함으로써 부득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점을 들어 사면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또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처벌을 받았던 여야의 다른 정치인들은 이미 오래 전에 사면·복권이 이뤄져 공직에 취임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통령 측근이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발상이다. 불법 대선자금은 개인 비리보다 더 해악을 끼치는 구조적인 악이다. 개인 착복이 없었다고 옹호하는 것은 ‘정치 패거리’에 기반한 발상이지 국민을 염두에 둔 사고가 아니다. 그 잘못된 뿌리를 자르려면 안타깝더라도 단호한 조처가 불가피하다. 당사자들 역시 법에 규정된 동안 충분히 뉘우치고 반성하는 게 재기하는 데 떳떳하다. 역차별론 역시 그동안 그릇되게 이뤄진 사면을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말이 안 된다.
헌법에 사면권을 규정한 것은 왕조시대 제왕이 했던 것처럼 맘 내키는 대로 범법자를 풀어줘도 괜찮다는 무소불위의 권위를 대통령에게 준 게 아니다. 3권 분립에 따른 법치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공동체의 화합과 결속을 위한 예외적 수단으로서 대통령에게 은전을 베풀 수 있는 특별권한을 위임한 것일 뿐이다. 당사자만 환영하고 대다수 국민은 반대하는 사면권 행사는 자제하는 게 헌법정신에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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