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9 18:47
수정 : 2006.08.09 18:47
사설
미국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 조 리버먼 상원의원이 올 가을 중간선거에 나갈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에서 정치 신참에게 패배했다. 2000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고 상원의원으로 내리 3선을 한 그의 패배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라크 정책에 대한 미국민의 국민투표적 성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경력이라곤 코네티컷주의 작은 도시 그리니치 지방정부에서 일한 것이 전부인 네드 라몬트가 현직 거물을 침몰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라크전과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원들의 불만을 잘 조직해냈기 때문이다. 라몬트는 선거기간 내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지지해 온 리버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버먼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거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결국 이라크전 책임론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2003년 3월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이라크인들을 후세인의 폭정에서 해방시켜 이 지역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며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3년 반 가량 계속된 전쟁은 그 어느 것도 실현하지 못했다. 4만명이 훨씬 넘는 민간인과 2500명 이상의 미군 희생자를 낳았음에도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간인에 대한 미군의 인권유린 행위도 속속 밝혀져 국제적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은 승리에 대한 가망이 없음에도, 분명한 퇴로도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한때 75%에 이르렀던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는 36%로 줄었고 부시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에 대한 지지율도 40%까지 추락했다.
미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이렇듯 지구촌은 고사하고 미국민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는 이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 그래야 초강대국의 힘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불량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아무런 명분도 없는 이 전쟁에서 들러리 역을 하는 것을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 일본도 지난달 육상자위대 병력을 모두 철수시켰고 나머지 나라들도 대부분 올 연말까지는 철군을 완료할 계획이다, 심지어 미국과 함께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영국도 철군 일정표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더는 한-미 동맹을 핑계대지 말고 즉각 철군 일정을 수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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