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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9 18:46 수정 : 2006.08.09 18:46

사설

일부 부유층과 연예인들이 치밀한 사기꾼에게 호되게 당했다. 원가 8만~20만원짜리 시계를 최고 수천만원에 사서 차고 다녔다고 한다. 웬만한 직장인의 한 해 소득쯤 되는 액수를 시계 구입에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명품’에 눈이 멀어 어이없이 당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서울 강남 등의 일부 부유층이 서양 부자들 흉내내는 ‘국제 감각’은 익혔어도, 가짜를 알아보는 안목까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내실은 없이 겉치레만 신경 쓰는 일부 계층의 행태를 상징하는 듯하다.

사기 수법은 더욱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기 유통업자는 삐뚤어진 부유층의 허점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유럽 왕족’을 내세운 점, 화려한 제품 발표회로 현혹한 점, 특권 의식을 한껏 부추기는 ‘초우량 고객 전용’ 마케팅 수법 등이 특히 그렇다. 마치 일부 부자들을 비웃어주기로 작심한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치밀성도 놀라울 정도다. ‘스위스 직수입’을 확인시키려고 현지에 직접 법인까지 차리고 상표까지 등록했다고 한다. 한탕에 거액을 챙기려는 사기범들도 이젠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시대가 됐다.

이번 사건은 돈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은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요즘 날로 번져가는 ‘명품 집착증’의 밑바닥에는, 돈으로 치장해야 알아주고, 돈이 곧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사서 쓰는 상품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소비 만능주의의 또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크게 한탕을 벌여 일확천금을 얻겠다는 사기범 또한 물신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돈으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허영심과 돈을 최고로 여기는 한탕주의가 빚은 희극이자 비극이다.

중산층에까지 번지고 있는 고급 선호 현상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상당한 진실을 담고 있다. 질이 좀 떨어져도 국산품을 쓰자는 주장이 먹혀들던 시절도 지났다. 소비자의 고급스런 안목이 국산품의 품질 향상을 자극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문제는 일부 부유층의 지나친 행태가 사회 전반에 끼치는 악영향이다. 분수에 맞지 않더라도 부유층을 흉내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과 이를 이용하는 상술이 진짜 걱정이다. 단순히 합리적인 소비만 강조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물질만능 풍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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