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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0 21:13 수정 : 2006.08.10 21:13

사설

삼성전자가 미국 이동통신 업체 스프린트와 ‘와이브로’ 서비스를 위한 제휴 관계를 맺음으로써, 한국이 개발한 무선인터넷 기술이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 우리 기술이 수출된다는 사실은, 한국이 ‘만년 기술 수입국’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분명한 신호다. 뒤에 나선 나라가 독자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종주국한테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은 좀처럼 흔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스프린트는 미국 3위의 큰 업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유명 통신장비 업체 모토롤라까지 합세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통신기술 발전 속도는 그야말로 비약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1970년대까지 쓸 만한 전화교환기도 만들지 못하던 나라가 30여년 만에 세계 기술표준을 이끄는 위치에 합류했다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렵다. 지금도 첨단 전자교환기를 독자 기술로 생산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의 위치를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한국의 통신기술이 큰 전환점을 이룬 계기는 1984년 전자교환기(TDX) 개발이다. 이 교환기는 ‘단군 이래 한국인 손으로 만든 가장 복잡한 기계’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핵심 부분 개발은 외국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자교환기 기술이 독자적인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그 이후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우리가 내세우는 또 다른 성과인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디지털 이동통신도 원천 기술을 도입해서 나름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래서 와이브로는 몇십년 과학기술인들이 애쓴 결과가 모여 질적인 도약 단계에 이르렀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선진국에 기술을 수출했다는 데 도취돼 있어선 안 된다. 무선기술 분야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와이브로가 미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게다가 본궤도에 오르더라도, 실질적인 경제 효과는 원천기술이나 시스템보다는 단말기와 단말기 부품 분야에서 훨씬 크게 나타난다. 예컨대 인텔과 모토롤라가 각각 부품과 단말기를 주도한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진짜 관건은 업계와 연구기관,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세계 수준의 부품과 단말기, 그리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 내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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