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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3 18:03 수정 : 2006.08.13 18:03

사설

얼마 전 까르푸, 월마트 등 외국계 대형 유통자본이 잇따라 국내 매장을 철수하자, 업계와 언론은 이마트로 대표되는 ‘토종 대형마트의 승리’라며 반색했다. 실적만 보면 이런 평가는 당연해 보인다. 전반적인 내수부진 속에서도 국내 대형마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몇 해째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성과가 선진적인 물류 시스템과 공정한 경쟁의 결과물일까? 현재 전국 대형마트 320여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절반 가량은 납품 제조업체에서 파견한 이들이다.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매장 관리와 장사를 맡겨 인건비 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가 보상제 등 가격 경쟁 탓에 무상 납품과 단가 후려치기가 횡행한다. 하지만 1위 업체조차 매장 축소 등 불이익을 우려해 역마진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불공정 행위를 단속해야 할 관계 당국은 오히려 인력 파견 규정을 대형마트에 유리하게 개정했다고 한다. 〈한겨레〉가 최근 보도한 실상을 보면, 국내 대형마트 경쟁력의 원천은 불합리한 거래 관행 덕분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글로벌 생산 체계 속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가격 결정권이 강해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유통시장도 불과 10여년 만에 급속히 대형마트 중심으로 재편됐다. 지역 상권과 재래시장을 초토화했고, 판로 독점으로 납품 제조업체까지 좌우하는 ‘유통 권력’이 됐다.

경쟁이 치열하면 비용이나 납품 단가를 낮추거나 상권 독점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대형마트들은 값싼 중국산과 자체 상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매장 신설 경쟁도 인구 30만명당 한 곳에서 군 단위인 7만~8만명 수준까지 가열됐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가 지역 중소업체와 상공인, 재래시장 지원 대책 등을 아무리 내놔봐야 통할 리 없다. 출혈 경쟁은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얼마 전 영국의 한 대형마트가 속성으로 살만 찌워 다리 없는 닭고기를 판매한 사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미 국내 대형마트는 포화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최저가 판매로 유명한 월마트의 철수는 국내의 제살깎기식 무한경쟁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다. 출점을 제한하는 입법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산업 왜곡을 막을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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