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양 주요 나라들이 테러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영국 정부가 지난 10일 미국행 비행기를 폭파시키려는 음모를 적발했다고 밝힌 여파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공항들이 즉각적으로 승객들의 짐 검사를 강화하면서 항공기 이용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어서, 국내 공항들도 같은 조처를 취하고 있다. 먼 외국의 일이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시절임을 절감하게 된다.마찬가지로 테러 대처 문제 또한 남의 일로 여길 시절은 지났다. 우리도 덩달아 테러 공포를 부추기는 건 철저히 경계해야 하지만, 테러를 줄이는 방법과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고민하는 노력만큼은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결국 우리의 안전을 꾀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전세계에서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많은 미국의 우방들이 협조하고 있지만, 테러 공포는 줄지 않고 있다. 테러를 막는 일이 그리 간단찮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이번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재료를 구해 액체폭탄을 만들 수 있고 현재의 검색 장비로는 제대로 찾아낼 수도 없다고 한다. 언제든지 비슷한 테러 시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이번 사건 용의자들이 평범한 무슬림 청년들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평범한 이들이 왜 이처럼 엄청난 일을 꾀했겠는가를 따져보는 데서, 테러를 줄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그리고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이에 대한 미국 등의 미온적인 대처는 무슬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렇게 분노를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면, 테러에 의지하려는 이들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분노와 원한은 테러를 키우는 주된 요소다. 미리 테러를 막는다고 그만은 아니다. 테러 시도만으로도 공포심이 전염병처럼 번져간다. 불안과 공포, 의심하는 사회 분위기야말로 테러의 가장 부정적인 영향일지 모른다.
그래서 세상을 안전하게 만드는 최선책은 분노의 원인을 줄여가는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운 탄압과 감시는 반발만 키울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이런 관점에서 서양의 테러 대응책을 재평가할 때가 됐다. 그리고 테러의 원인을 줄이는 데 우리가 기여할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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