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4 20:18
수정 : 2006.08.14 20:18
사설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친일파 400여명의 재산을 환수하는 작업에 나선 것은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첫걸음이다. 광복 이후 61년 만이며, 1949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친일파의 집요한 방해와 당시 이승만 정권의 방해 등으로 무산된 뒤 57년 만이다. 진작에 이뤄져야 했을 일이다.
침략세력인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를 강탈하는 데 앞장서서 협력했던 친일파를 45년 광복 직후 청산하지 못한 것은 당시의 사회문제로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사회발전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라를 되찾고자 온갖 고초를 겪으며 일제와 싸웠던 애국자는 독립 후에도 가난에 시달린 반면에 친일파는 여전히 지배세력으로 군림한 사회가 잘못된 메시지를 전파하기 때문이다. 사회정의를 추구하고 공동체를 함께 가꿔나가는 것보다는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 힘센 쪽이 정의이며 선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이 득세한 것이다.
친일재산 조사위원회는 400여명 가운데 이완용과 이재극, 민영휘의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한 땅 찾기 소송에서 이긴 재산에 대해 먼저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동안 재산 형성 배경과 관계없이 소유권만을 이유로 국가가 친일파 후손에게 패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허탈해했던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친일파 후손들이 소송으로 가져간 땅부터 바로잡기로 한 것은 잘 한 결정이다.
그러나 친일파 재산 환수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예상된다. 친일파의 재산이었다고 해서 저절로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민족 행위의 대가로 얻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사 대상이 대략 60년에서 약 100년 전의 것들이어서 자료가 없어지거나 증인이 사라진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 매매를 통해 제3자에게 넘어간 재산에 대해서도 환수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위원회에서 국고 귀속 결정이 난 뒤에도 행정소송 등 당사자들의 불복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원회는 각종 상황에 철저히 준비해야 하며, 정부와 정치권은 조사 개시 전에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위원회 활동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사회정의는 법과 조직만으로 저절로 세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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