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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졸속 이제는 고치자 |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2일 국회 본회의는 115건에 이르는 안건을 다뤘다. 이를 위해 이틀 전에는 법사위가 하루에 법안 97건을 처리했다. 수박겉핥기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야당 의원들의 법사위 회의장 점거도 상습적인 일이 되었다. 파행 운영과 법안 졸속심사가 국회의 상표가 된 듯하다.
본회의는 무더기 법안 상정 및 졸속 통과로 심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렇다고 상임위들에서 시간을 들여 법안을 충분히 심의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적인 대결 국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여야는 걸핏하면 법안을 볼모로 잡아 국회를 공전시킨다. 그러면서도 민생 방기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회기 막판에 무더기로 법안을 처리한다. 당 중심의 정략에 따라 국회가 좌지우지되는 구조에서 법안 졸속심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의 병목현상을 빚는 것도 큰 문제다. 우리 국회는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의 3단계 법률안 심사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기능적이고 형식적인 것으로, 입법정책 방향이나 실체적 내용을 심사하는 국회의원의 일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정쟁 국면에서 이 역할이 입법 지연의 주요한 방편이 돼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국회사무처나 국회의 독립된 다른 기구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회는 시대정신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1인 보스 시대 여야 대결을 고려한 통제와 효율 측면에서 비롯된 국회 운영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대표들이 모인 만큼 당 주도보다는 상임위 중심으로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 이는 의사진행 절차와 의안 처리에 관한 권한을 의원 개개인에게 돌려주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연중 상설국회에서, 정시에 자동으로 본회의와 상임위를 열어 법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다수결로 의안을 결정하는 성숙함을 갖출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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