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7 21:39
수정 : 2006.08.17 21:39
사설
지난해 8월 폐쇄된 경기 화성 매향리의 주한 미국 공군 사격장을 대체할 직도사격장 문제가 한-미, 정부-주민 사이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자칫하면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군과 민이 충돌한 경기 평택 대추리 사태처럼 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더 악화하기 전에, 국정을 총괄할 책임이 있는 총리실이 나서서 사태 해결의 가닥을 잡기 바란다.
직도는 전북 군산에서 59㎞ 떨어진 곳에 있는 서해상 무인도로, 한·미 공군이 함께 사용하는 공대지 사격장이 이곳에 있다. 미국은 자동채점장비(WISS) 설치와 훈련시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이 문제가 오는 10월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미공군이 우리나라를 떠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다음달 공사를 강행할 계획이다. 현지 시민단체 회원들은 직도에 들어가 훈련을 몸으로 막겠다고 벼르고 있다. 주민들 다수도 지역 발전에 줄 부정적 영향과 어업 피해, 환경 훼손 등을 걱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훈련시설도 없이 미군을 한국에 주둔하게 할 수는 없다는 국방부의 설명은 한-미 동맹 유지라는 측면에서 합리성을 갖는다. 국방부는 실탄 대신 연습탄 훈련을 늘리고 훈련 때 주변 해역에 대한 어로 통제 면적을 줄이는 등의 개선책도 내놨다. 연습탄·불발탄 수거와 환경 조사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해서 특정 지역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 민주사회의 원리다. 충분한 정보 제공과 설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 조처, 적절한 보상, 민주적 동의 절차 등이 선행돼야 정당성을 얻는다. 그런데 국방부의 행태는 그렇지 못하다. 주민과의 접촉도 충분하지 않았거니와 태도도 위압적이다. 한 사례로, 국방부는 군산시가 사격장 공사에 반대하자 시의 동의 절차를 피하고자 섬 소유권을 국방부에서 산림청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동의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사격장이 국가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활에 별 피해를 주지 않고 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은 그러잖아도 지난해 방폐장 유치 파동을 거치면서 국책사업에 심각한 불신감을 품고 있다고 한다. 총리실은 굼뜬 행동을 보여 사태 악화에 일조한 대추리 사태 때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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