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0 20:46
수정 : 2006.08.20 20:46
사설
성인용 게임 ‘바다이야기’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2004년 12월이다. 이후 성인오락 시장은 경품용 상품권의 활성화와 함께 1~2년 사이에 수십배로 커졌다. 2003년 380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발행된 경품용 상품권만 26조원어치에 이를 정도가 됐다. ‘딱지 상품권’ 발행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도박형 성인오락의 팽창은 주로 서민가계의 파탄으로 이어졌다. 한계선상으로 내몰린 서민들이 일확천금의 기대 속에 오락실 도박에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했다. 서민 가계의 파탄 위에서 배를 불린 자들은 프로그램 및 오락기 개발·제조·판매업자, 오락장과 상품권 유통망을 장악해 가고 있다는 조직폭력배, 부패한 단속 공무원 등이었다. 공익요원마저 오락실로부터 푼돈을 챙기고, 게임산업개발원은 상품권 수수료를 쌈짓돈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생 수준에 불과하다. 진실로 심각한 것은 도박용 성인게임 육성정책을 입안하고 수립하는 데 간여한 정치권, 관리 그리고 업자의 유착이다. 도박을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했으니 의혹은 피할 수 없다. 급기야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까지 의혹선상에 올랐다. 물론 대부분 정치공세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정부 실무책임자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바다이야기의 승인, 경품용 상품권 발행의 자유화, 부진한 도박용 게임기 단속 등이 석명되지 않고는 의혹은 불식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사정기구들은 이런 의혹에 대해 팔짱을 끼고 있었다. 뒤늦게 정부가 도박형 오락기의 수거와 함께 경품용 상품권을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정책결정 과정의 의혹이 해명되거나 정책 실패의 책임이 끝나는 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한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집권기에 발생한 것은 성인오락과 상품권 문제인데…, 뭘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달라.” 꼭 알고 싶은가. 도박형 성인오락은 그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규정에 어긋난 인사 ‘협의’를 거부한 공직자는 즉각 감찰을 벌여 경질하도록 했다. 이에 비해 아주 오래 전 국민적 현안이 되어버린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은 언론이 법석을 떨자 감찰에 착수했다. 그래도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할까.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