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1 20:12
수정 : 2006.08.21 20:12
사설
노동부가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고용 형태를 재조사 과정에서 불법파견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확보했다고 한다.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지방노동청은 철도공사가 이 여승무원들의 채용과 업무 수행 전반을 직접·지휘 감독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라 철도공사의 여승무원에 대한 감독과 평가는 성과급 차등 지급으로 이어진 사실도 드러났다. 여승무원들이 독자적인 인사·노무관리 체계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한 게 아니라 일일이 철도공사의 지시·감독을 받았다면, 이런 고용 형태는 외주 위탁의 탈을 쓴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따라서 공사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의무를 지게 된다.
철도공사는 지금까지 여승무원들이 승객 서비스 업무만 수행할 뿐 안전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객차 18량에 1000여 승객이 탑승하는 고속철도의 안전을 열차팀장 단 한 사람이 담당한다는 얘기다. 이런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소리를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철도공사의 주장과 달리 여승무원들이 안전업무에 직접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내부 자료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 자료들이 실제로 업무에 적용되지 않았다거나 성과급 차등지급을 명시한 것은 인센티브 취지를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는 철도공사 쪽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속철도 여승무원들은 “우리가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철도공사 직원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사간에 서로 충돌하는 의견에 대해서 진위를 가릴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조사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노동부는 남은 조사 기간에라도 객관성을 보장할 조처들을 취함으로써 의혹의 소지를 없애야 마땅하다.
공기업이 핵심 업무조차 무분별하게 외주 위탁을 주는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이번 조사를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로서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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