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2 19:43
수정 : 2006.08.22 19:43
사설
경찰청이 폭력적인 시위대에 최루액을 뿌려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그제 밝혔다. 폭력시위 때문에 다치는 경찰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게 이 방안을 내놓은 이유라고 한다. 경찰 통계를 보면 폭력시위 횟수는 꾸준히 줄고 있지만 경찰 부상자는 늘고 있다고 하니,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심각한 문제이긴 한 것 같다. 시위대와 경찰, 모두의 희생을 줄일 근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경찰의 최루액 사용 검토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먼저 지금 시점에서 이런 방침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 포항 건설노조 집회 해산 과정에서 노조원 하중근씨가 다쳐 숨진 게 얼마 전이다.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지도 않은 지금 시위 강경 진압 방침을 내놓는 것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 취할 태도인가. 하씨의 안타까운 희생 앞에 스스로 되돌아보려는 마음가짐만 있어도 이런 식으로는 할 수 없는 법이다. 게다가 집회에 참석했던 노조원 가족 한명이 유산한 사건까지 불거진 마당이 아닌가.
최루액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폭력 시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느냐도 의문이다. 시위가 과격해지는 첫번째 원인이 경찰에 있는지, 시위대에 있는지를 따지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격이 되기 쉽다. 하지만 한쪽이 강경하게 나오면 상대도 마찬가지로 나오기 마련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경찰의 최루액 사용은 시위대를 자극하면 자극했지, 시위대를 온건하게 만들 가능성은 별로 없다.
과격 시위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안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위가 과격해진다는 건, 의견이 다른 이들간의 대화와 타협의 통로가 막히고 그래서 시위대의 불만과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는 징후다. 넓은 의미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논란이 됐건 노사 분규가 됐건, 대화와 타협의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현실이 이러니 시위가 과격해지는 걸 피할 길이 없다.
그래서 과격 시위 현상은 경찰의 대응 차원에서 좁게 대처할 일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최루액이 아니라 의견 대립을 대화와 타협으로 푸는 정치력의 회복이다. 그리고 이 일의 책임은 우선 정부에 있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비판을 경찰의 방패로 막으려 해봐야 애꿎은 희생만 부른다는 걸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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