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2 19:44
수정 : 2006.08.22 19:44
사설
대형 사건이 터질 때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이 수집한 정보는 수사기관과 권력이 수사를 축소하고 내용을 왜곡시키는 것을 예방한다. 도박공화국 사건처럼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형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활발한 발언은 권장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정책 실패로 몰아가는 형국에선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권은 먼저 할 일이 있다. 그동안 자신의 행태를 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져 반성하는 일이다. 이런 자정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치권은 머잖아 모두 한통속으로 매도돼, 사건 실체를 양비론 속에 빠뜨릴 우려가 많다. 과거 정권은 대형 권력형 비리사건이 발생하면 야권 인사 한둘을 끼워넣어 사건 자체를 흐지부지해 버리곤 했다.
정치권이 자성해야 할 이유는 이 밖에도 많다. 우선 여야 의원들은 경품용 상품권 회사로부터 비록 합법적 후원금이긴 하지만 적지않은 정치자금을 받았다. 여기엔 신기남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중진이 나란히 포함돼 있다. 그들만이 아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어느 누구도 사소하지만 이런 후원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게다가 정치권은 그동안 전국의 도박장화를 견제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우선 지난해 5월 흥사단이 경품용 상품권 인증 과정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감사원은 끝까지 이 감사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치권에도 진정이 들어왔다. 둘째로는 한 달 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의원 35명이 상품권 인증 심사 전반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발의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안건은 여당과 문화관광부의 반대로 문광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도 발의한 것에 만족하고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 이 즈음에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대한 감사 문제가 여야 의원들 사이에 논의됐지만 이것 역시 흐지부지됐다. 넷째로 열린우리당은 1년전 사행산업통합관리위원회법을 제출했지만 여야의 극심한 대치 속에 묻혀버렸다.
정치권은 이런 기회를 한번도 살리지 못했다. 정부의 정책 실패나 권력의 개입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쏟아내 유언비어 제조창 구실을 한다면, 더 깊은 불신을 자초할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자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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