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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4 18:51 수정 : 2006.08.24 21:52

사설

서울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 사업이 닻을 올렸다. ‘용산 민족·역사공원’은 광복 100돌을 맞는 2045년 완공될 예정인 중장기 프로젝트다. 이 땅은 멀게는 고려 말 몽골군에서부터 왜군과 청나라군, 일본군과 미군에 이르기까지 외국 군대의 병참기지나 주둔지였다. 한맺힌 외침의 역사가 서린 땅을 비로소 온전히 되찾았음을 안팎에 밝히는 뜻깊은 사업이다.

그러나 서울시장은 ‘중앙 정부의 독주’에 반발해 어제 열린 선포식에 불참했고, 환경·시민단체들은 “전면 공원화”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민족적 잔치가 되어야 할 날에 참으로 불행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국가적 상징성이 큰 용산공원 사업을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가 입법예고한 특별법은 공원화 사업의 근본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핵심은 공원 터 개발 규모와 미군기지 이전 비용 문제다. 정부는 터 일부를 상업·주거용지 등으로 개발해 이전 비용을 마련할 방침이다. 2004년 공원 터 매각·개발 계획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밀려 백지화한 바 있는데, 특별법 역시 이름만 ‘복합개발’로 조금 바꾸었을 뿐 기본 방침은 변함이 없다. 민간에 땅을 팔아 매각차익을 얻는 대신 직접 개발차익을 얻겠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오히려 건설교통부의 권한은 더 강화됐고 추가 개발 여지도 넓혀놨다. 사업 추진과정도 지자체의 의견은 한 귀로 흘리고 중앙정부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물론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정부가 온전히 떠안기엔 부담이 크다. 수익자인 지자체가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하지만 단순히 이전 터를 팔거나 개발해 비용을 조달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용산공원은 벌써부터 개발지역 인근의 고도제한이 풀릴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전국의 미군기지 반환 예정지역에서는 개발이익을 우선하는 정부 방침에 주민들의 공원화 요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도심공원은 고밀도 개발로 훼손되거나 쪼그라들고, 부동산 부자와 건설족들의 배만 불릴 게 뻔하다.

도심공원은 나중에는 몇 배의 돈을 치르고도 조성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천혜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다른 국·공유지의 대체 개발이나 국·공채 발행 등 합리적인 대안을 폭넓게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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