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5 21:07
수정 : 2006.08.25 21:07
사설
건설교통부가 지난 6월 운항 도중 우박을 맞고 비상착륙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사고기는 소낙비구름을 충분한 거리를 두고 우회하지 않았고 방향과 속도도 부적절했다. 관제소와 항공기상대는 비구름 정보를 사고기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잘못이 드러났다. 사고 원인이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 때문이 아니라, 안전운항 규정을 어긴 무리한 비행 때문이라는 <한겨레> 보도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중대 과실이 드러난 아시아나항공의 태도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수백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것을 사과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사고 원인은 결과론적 해석”이라며 아예 정부의 사고조사 결과를 무시했다. 나아가 대형사고를 막은 공로로 사고기 조종사를 포상하겠다고 한다.
아시아나는 사고 직후부터 무리한 비행 사실을 함구한 채 대형 인명사고를 피한 사실만 서둘러 부각시켜 자사의 홍보거리로 이용했다. 사고 장소와 시간, 우회비행 거리 등의 수많은 의문점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바꿨다. ‘대형사고를 피했으니 괜찮다’는 식의 위험천만한 안전의식도 문제지만, 도대체 정부기관의 공식 조사 결과조차 무시하는 배짱을 어찌 이해해야 하나. 당국은 항공운항 규정과 항공법 위반 여부를 엄밀하게 따져 아시아나항공과 관련 기관의 사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도 문제다. 건교부는 사고조사를 이유로 이미 확인된 문제점조차 즉각적인 시정 조처를 내리지 않았다. 성수기인 여름철에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을 사실상 방치한 셈이다. 대책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항공사와 관련 기관에 몇가지 안전사항을 권고하고 기관별로 알아서 재발 방지책을 수립하라는 게 전부다.
이번 사고는 조종사의 판단 착오와 무리한 비행, 관제소와 항공기상대의 부적절한 조처 등이 어우러져 일어났다. 조종사들은 빡빡한 운항 일정 압박이 무리한 운항 유혹을 부르고, 인천항공이 생긴 뒤로 우회 비행이 매우 까다로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어쩌다 일어난 일회적인 사고나, 몇몇 사람의 인적 과실로만 판단할 일이 아닌 것이다.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이 없다면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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