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5 21:07
수정 : 2006.08.25 21:07
사설
성인오락 파문이 우리 사회를 도박의 바다에서 불신의 바다로 밀어넣고 있다. 의혹은 무수하게 쏟아지지만, 석명되는 것은 없다. 도박의 특성상 피해자는 99%에 이른다. 의혹은 곧바로 피해의식과 불신으로 전환된다. 피해의식과 불신이 결합하면 적개심이라는 괴물로 변이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통제불능의 적개심이라는 괴물 앞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자들의 책임지는 자세다.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순 없다. 그러나 최소한 피해의식이 적개심으로 발전하는 건 막을 수 있다. 도박형 성인오락이 팽창하던 시기 게임산업 육성에 앞장섰던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입에 시선이 쏠리는 건 자연스럽다. 그만큼 사태의 전말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의 태도는 무책임했다. “재직 시절 사행성 게임 전반의 문제가 심각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변명 뿐이다. 이런 얘기도 했다. “내가 입을 열면 오히려 복잡해진다. 자세한 것은 문화부에서 설명할 것이다.”
그게 문화부 장관들의 전통인지 모르겠다. 유진룡 전 차관이 경질됐을 때 김명곤 장관은 10여일 동안 침묵했다. 신문유통원 파행 운영 등 문화부 업무 때문에 경질했다고 했는데도, 문화부 최고 책임자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겨우 “장관의 책임이었다”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김 장관의 침묵이야 이른바 정무 차원의 고공전투에서 일어난 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성인오락 사업은 다르다. 그 정책은 장관이 결정하고 재가하고 집행도 한다. 남에게 미룰 일이 없다. 도박게임 사업을 급팽창시킨 사행성 강한 오락기의 시판과 경품용 상품권 인증과 지정제는 그가 재가한 것이다. 상품권 업체 인증 및 지정을 둘러싸고 로비와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아 시민단체와 야당은 물론 그가 소속한 열린우리당로부터 진상조사 요구를 받은 것도 그였고, 그것을 무마한 것도 그였다. 그의 재임 중 문화부는 배당률 베팅액 등을 높이는 등 도박산업에 지원에 앞장섰다고도 한다.
침묵할 때가 아니다. 진실은 문제를 단순하게 풀어준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진상규명 후 사과’라는 절차를 말하지만, 정책 실패가 분명한 상황에선 엉뚱하다.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 실마리는 정 전 장관이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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