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7 17:58
수정 : 2006.08.27 17:58
사설
올해 하반기 사업계획과 임원 직선제 등 각종 현안을 다룰 예정이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지난 주말 성원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재적 대의원 과반수(523명)에 턱없이 부족한 388명밖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준호 위원장은 “중요한 대의원대회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민주노총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혁신안이 유실될 위기에 있다”며 유회를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노·사·정 교섭에 참여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을 벌이면서 대의원대회 등 중앙 의결기구 회의에서 원론적 논쟁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어렵사리 민주주의 절차를 준수하는 과정’이라고 애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회의가 아예 열리지 못해 논쟁조차 벌어지지 못하는 처지라면, 민주적 절차로 긍정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보건의료산업노조의 파업과 휴가철 등 여건이 좋지 않았다 해도 그것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노동단체의 중대 회의가 열리지 못한 핑계가 될 수 없다.
이날 대회에 참석하지 못한 대의원들은 회의장에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을 참석 대의원들의 심정을 헤아려봐야 한다. 사업장 대의원 한두 명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었다면 마땅히 반성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교섭도 하지 않으면서 이렇다 할 투쟁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민주노총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조직적 대안을 마련하려는 자리마저 무관심 속에 무산된 것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조 위원장의 말처럼 “민주노총 11년 역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처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자리가 새로운 위기 논란의 씨앗이 돼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의 위기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위기다. 돌이켜보면 노동운동은 일찍이 위기가 아니었던 시기가 없었다. 민주노총 집행부와 대의원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대의원들의 참석을 이끌지 못한 지도부는 역량 부족을 반성해야 하고, 대의원들은 곧 이어질 다음 대의원대회를 자기 일처럼 생각해야 한다. 다음 대회가 또다시 무산된다면 더 많은 국민이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을 거두어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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