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8 18:34
수정 : 2006.08.28 18:34
사설
기획예산처 예산낭비 신고센터에 국민들이 신고해 온 사례는 공직자의 자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올 들어 819건의 예산낭비 사례가 신고됐고 그 중 64건은 예산처도 타당성을 인정했다.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 속에 나랏돈을 함부로 쓰는 공직자들의 사고방식이 읽힌다.
포장한 지 얼마 안 된 도로를 이런저런 공사를 한다고 다시 뜯어내는 행태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려오는데도 여전히 고쳐지질 않는다. 체납액 10원 납부를 독촉하기 위해 몇십배 돈이 더 드는 등기우편을 보내고, 이용자 없는 게이트볼장을 만들고, 비 오는 날에 분수를 트는 등 돈 새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생각 없는 일부 실무자 얘기만도 아니다. 한나라당은 최근 ‘2005년 결산 관련 100대 문제사업’이란 자료를 통해 장·차관들이 개인적 경비를 부처 예산으로 지출한 사례가 적지 않게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모두 국민 세금을 아껴 써야 한다는 의식 부족과 허술한 관리체계 탓이다.
공직자의 타성이나 도덕적 해이에 의해 허투루 쓰이는 자잘한 예산은 국회나 감사원 등을 통해서도 잘 걸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낭비가 모여 대형 부실사업 이상으로 국민 세금을 좀먹는다. 부자가 되려면 곳간부터 고친다는 말도 있듯, 나라 살림살이를 튼실히 하려면 이런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가 채무가 올해 말이면 280여조원에 이른다. 복지재정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 결국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데, 이런 말만 나오면 증세 논란이 불거진다. 물론 정부의 구실을 둘러싼 시각차 탓이 크다. 그러나 예산 씀씀이에 대한 불신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세금 내기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그럼에도 세금을 내는 건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세금을 일부 공직자들이 쌈짓돈처럼 쓴다면 국민 처지에선 분통이 터질 일 아닌가.
예산당국이 성과관리 등 예산제도를 통해 나름대로 애를 쓴다고는 하나, 정부 스스로 예산낭비 요소를 도려내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가 낸 세금 사용은 내가 감시한다’는 국민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 예산낭비 신고센터에 타당성 있는 예산낭비 사례를 신고하면 5만원의 상품권이 나오고, 실제 예산 절감으로 이어지면 최고 3900만원까지 성과보상금도 주어진다니, 덤으로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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