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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8 18:34 수정 : 2006.08.28 18:34

사설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가 환경미화원을 새로 채용하거나 복직시키면서 보안서약서를 쓰도록 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는 없던 일이다. 이를 지시한 기관은 행정자치부와 국가정보원, 경기도라고 한다. 평택이 유별나게 보안을 많이 다루는 지역도 아닌데, 행자부나 국정원까지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평택시 담당자가 다른 시·군도 서약서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한 걸 보면, 평택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닌 듯하다. 정부의 갑작스런 조처를 더욱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언뜻 생각하면 보안서약서를 받는 일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걸로 보일 수 있다. 비밀로 분류된 업무에 대해 외부에 알리면 기밀 누설로 처벌을 받는다는 서약서 내용은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법을 어기면 처벌받는 것이고 이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일 뿐인데, 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이상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뒤집어보라. 기밀을 누설했는데 서약서를 쓰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하고 서약서를 쓴 경우만 처벌할 수 있는가? 처벌에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는 서약서를 행자부와 국정원까지 나서서 받으라고 지시하는 의도는 뭔가? 서약서를 쓰게 하는 것이 어떤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번거로운 작업을 지시할 이유가 없다. 보안 업무와 무관한데다 시청에 들어갈 일도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다는 환경미화원에게까지 서약서를 받는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비정규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과잉반응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볼 때 서약서 강요는 발상부터 문제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상범에 대한 전향서 강요로 비난을 받자 내놓은 준법서약서 또한 많은 양심수들이 거부한 이유가 여기 있다. 준법서약서는 ‘악법은 법이 아니기에 준수하지 않겠다’는 양심을 침해한다. 보안서약서 또한 기본적으로는 다름없다.

보안서약서를 받는 게 그저 요식행위라면 정부가 굳이 반발을 사면서까지 강행할 이유가 없다. 당사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겠다고 하는데도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스스로 다른 의도가 있음을 폭로하는 꼴이나 진배없다. 미화원들에 대한 보안서약서 강요는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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