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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30 19:14 수정 : 2006.08.30 21:21

사설

전문의들이 전공과 상관없는 과목을 진료하거나 일반 동네의원을 개업하는 현상이 갈수록 잦아진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전공과 상관없이 운영 중인 일반의원 수가 2003년 전체의 15.3%에서 올 6월 말에는 17.8%(4569곳)로 계속 늘어났다. 비인기 과목은 더 심각하다. 산부인과에서 일반의원으로 간판을 바꾼 곳이 2003년 131곳에서 304곳으로 갑절 넘게 급증한 게 단적인 사례다. 의사들이 사고가 많고 고된 전공을 기피하고 이른바 돈이 되는 진료 과목을 좇는 세태만 탓할 일이 아니다. 이런 왜곡된 의료 현실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우선 의료의 질 저하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 면허자는 모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외과 전문의가 감기와 관절염 환자를 치료하고, 산부인과 의사가 성형 수술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벼운 질환이야 기본 지식이 통하겠지만, 자칫 병을 키우거나 치명적인 의료 사고를 부를 가능성이 적잖다. 몇차례 연수를 통해 전공 과목을 쉽게 바꿀 수 있다면 수년간의 전문의 과정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둘째, 심각한 의료 낭비다. 국내 활동 의사 중 전문의 비율은 83%에 이른다. 50~60% 수준인 선진국에 견줘 월등히 높다. 그런데 전문의의 92%는 개인병원을 열어 단순한 1차 진료를 담당한다. 전문의 대부분이 수련·전공 과정을 거쳐 얻은 경험과 지식을 썩히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의사 양성 비용만 키우는 비효율이요, 결국 국민들의 의료비 상승 요인이 된다.

셋째, 의료 시스템이 뒤틀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추계로는 기피 과목인 응급의학과·마취과 전문의는 2010년이면 수요의 50%에도 못미치게 된다. 반면 인기 과목인 성형외과·안과 등은 과포화 상태에 이른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전문의 수를 줄이고 1차 진료를 늘리는 정책을 폈다. 그러나 아직도 한 해 의대 졸업생보다 전공의 수가 더 많고, 동네 주치의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건강보험수가를 조정하고 인센티브를 줬지만 특정 과목 기피 현상은 오히려 심해졌다. 중장기적인 의료인력 수급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민간 병원의 수요에 맡겨 온 결과다. 온나라에 성형·라식수술은 넘쳐나는데 정작 응급수술을 제때 받지 못하는 재앙을 부를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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