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31 21:41
수정 : 2006.08.31 21:41
사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김재홍(열린우리당), 박형준(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사행성 게임업자들의 돈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를 방문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의정활동에 필요했다면 국회 예산으로 떳떳하게 출장을 갈 일이지 민간 업자들한테서 경비를 제공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민간인들이 비싼 돈 들여 국회의원들에게 왜 공짜 외국여행을 시켜주려고 하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로비가 목적이다.
두 의원을 초청한 한국전자게임사업자협의회는 스크린경마 게임업소들의 모임으로, 당시 국회에 제출돼 있던 법안에 사활이 걸려 있었다. 스크린경마 등 사행성 게임을 게임산업에서 제외해 사행산업으로 다뤄야 한다는 내용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법안이 통과되면 대부분의 성인오락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게임업자들의 초청을 수락했다. 그것도 정기국회가 열리는 기간이었다. 두 의원은 문광위원장에게 여행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하지만, 위원장이 추천하는 등의 공식절차를 밟은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설령 위원회 차원의 공식절차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여행은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을 위반한 행위다. 윤리실천규범에는 “법률안 등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직간접적인 금품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다녀온 두 의원은 문광위 법안소위 등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무책임한 행동”(박 의원) “사행성 게임이라고 해서 또다른 개념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김 의원)는 등의 주장을 하며 문광부의 사행성 게임 분리 방침에 반대했다. 결국 바다이야기 같은 대다수의 아케이드 게임은 사행업종에서 빠지는 내용으로 법안이 고쳐졌다. 의원의 소신일 수는 있지만, 국민들은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박 의원은 최근 자신의 행사에 성인오락실 게임의 제작·판매 회사들의 모임인 한국어뮤즈먼트협회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았다.
두 의원은 변명만 할 게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동료 의원이 윤리위 제소를 요구하는 마당에 공식 출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다. 윤리위의 철저한 조사와 조처를 촉구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