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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1 20:10 수정 : 2006.09.01 20:10

사설

‘눈사태’와 ‘소화시합’. 오는 20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의 양상을 중계하는 현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눈사태란 자민당의 유력 파벌들이 독자후보를 내세우지도 못하고 당선이 확실시되는 유력후보에게 줄을 서는 현상을 가리킨다. 소화시합의 본뜻은 프로야구 등 장기 스포츠 경기에서 이미 우승팀이 결정된 맥빠진 상태에서 의무적으로 치르는 시합이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어제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이미 결의를 표명한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 아소 다로 외상과 함께 총재 경선자들의 면면이 확정됐다. 다니가키 재무상과 아소 외상은 개인적으로 화려한 경력과 배경을 가졌음에도 후보 등록에 필요한 의원 20명의 서명을 받는 데도 상당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세 후보의 토론회가 흥행이 될 수 없는 소화시합으로 여겨지는 형국이니 총재선거가 공시되기도 전에 아베 장관이 사실상 차기 총리로 대접을 받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후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진지한 토론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점은 유감스럽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를 급속도로 악화시킨 고이즈미 총리의 대외정책이 과연 일본의 진정한 국익에 합치하는지를 놓고 밀도 있는 논쟁이 벌어져야 마땅하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파로 토론 무대조차 거의 사라져버렸다. 더 우려스런 것은 우경화를 방조하는 일본의 내적 풍조다. 지난달 15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일관되게 비판해 온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의 시골 집이 불타버리는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우익단체 간부인 범인이 현장에서 체포됐으나 자민당 주류는 범행을 규탄하기보다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국가테러’로 규정하고 대북 강경몰이를 주도해온 정치인들이 우익의 정치테러에 방관적 자세를 지킨 것은 아주 불길하다.

아베 장관은 지난 7월 자신의 정권구상을 밝힌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를 출간해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그가 공언한 평화헌법 개정과 ‘국가주의 의식’을 키우는 교육기본법 제정은 모두 전후 민주주의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일본 사회의 동향을 보면 과연 아름다운 나라로 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 있는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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