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이 예상대로 유엔이 요구한 우라늄 농축 중단 시한을 무시함으로써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결이 첨예해지고 있다. 이란 쪽은 우라늄 농축을 평화적 목적을 위해 연구 틀 내에서, 그리고 원자력기구의 감독 아래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존 볼튼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농축의 유일한 목적은 핵무기 제조라며 즉각적인 제재를 주장하고 나섰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역시 이란은 거부의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그러나 제재란 그리 간단치 않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 세 나라가 제재 수준에 합의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받아내는 일은 더욱 어렵다. 더군다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제재는 이라크 전쟁, 레바논 사태 등으로 “그러지 않아도 긴장이 고조돼 있는 이 지역에 또다른 갈등을 덧붙일 뿐 문제해결 방안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유엔과 유럽연합 쪽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끌려가지 말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이란 정부 역시 이미 ‘진지한 협상’ 용의를 밝혔고, 일부 이란 관리들은 비공식적으로 협상 재개 이후라면 원자력기구 사찰관들과의 협력은 물론 핵프로그램 동결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제사회는 이런 노력과 함께 핵확산 금지를 위한 기존 정책의 성과를 재점검해 봐야 한다. 미국은 자신이 ‘불량국’으로 지목한 이란과 북한 등의 핵무기 제조를 막는 일을 핵환산금지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거듭된 위협에도 두 나라가 핵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이 두 나라와 대화를 거부한 채 강공 일변도로 나가는 탓이다. 미국 같은 초강국이 ‘악의 축’이라거나 ‘이슬람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며 퇴로를 막은 채 끊임없이 체제를 위협할 때, 핵무기라도 개발해서 체제를 보전하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들 나라가 핵무기에 의존하려 하지 않게 만드는 길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그들을 진지한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공존의 길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말대로 이란을 위시한 중동지역에 이슬람 민족주의 세력이 대두한 데는 이 지역 독재정권을 비호해 온 미국의 과거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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