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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4 20:15 수정 : 2006.09.04 20:15

사설

노무현 대통령의 ‘권고’ 이후 여권에서 개정 사학법 재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혁규 의원 등 측근들의 성실한 바람잡이 구실 덕택에 이젠 이른바 ‘실용파’들 사이에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사학법 재개정과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민생법안 처리’를 맞바꾸자는 것이다. 요즘엔 유재건·안영근 의원처럼 아예 한나라당과 부패 사학들이 제기해 온 위헌론을 앞장서 제기하는 이들도 나온다.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하거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소양조차 없었던 이들이 국회의원이라니, 여당은 물론 국민으로선 참으로 불행이다.

위헌론은 ‘사립학교=사유재산’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학교법인에 출연된 학교는 법인 재산이지, 사유 재산이 아니다. 정부가 사립 중·고교에 인건비 등 학교 운영비를 공립학교와 똑같이 지급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학 출연금은 초·중·고의 경우 2%에 불과하다. 개방형 이사제나 이사장 가족의 교장직 취임 금지는 경영권 침해라는 주장 역시 ‘사학=사유재산’이라는 등식에서 나왔다. 그동안 족벌 사학은 학교를 축재의 수단으로 이용했고, 재단 비리는 학내 분규로, 분규는 결국 학생의 수업 결손과 부실한 교육으로 이어졌다. 이사회의 구성과 감사 제도를 바꾼 것은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이런 재단 비리를 예방하고, 교육의 공공성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려는 것일 뿐이었다.

이른바 실용파의 주고받기 발상도 천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생법안 이외의 법안과 연계해 개정사학법의 재개정을 관철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맞바꿀 민생법안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보따리 건지려 생명을 던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보따리 움켜쥐고 익사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마귀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타나 석가모니와 예수에게 ‘(영혼을 팔면) 세상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박근혜 대표의 디지털특보였던 황인태씨는 서울디지털대학의 등록금 등 38억원을 횡령하고 세금 4억8천만원을 포탈했다. 수재현장에서 골프쳤다 제명된 전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 홍문종씨가 이사장인 경민학원은 국고보조금 21억여원을 횡령했다. 그런 집단이 벌이는 민생법안 인질극에 항복하는 걸 누가 실용이라 할까. 투명한 학교를 추구해 왔던 학부모의 염원은 또 어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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