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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4 20:15 수정 : 2006.09.04 20:15

사설

시민단체인 한국청년연합회 회원들이 그제 이름도 낯선 ‘육아휴직 아버지 할당제’를 입법하라고 요구하며 연말까지 출산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육아휴직 아버지 할당제란 아기를 낳아 기르는 데서 부모의 공동책임을 인정하고 휴직 기간 중 일정기간을 아버지에게 할당하는 제도다. 남성들이 스스로 육아 책임을 나눠지겠다고 나선 것은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어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육아휴직을 도입한 나라들 대부분에선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이 이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돼 있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어서 가족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 동등한 기회와 대우를 받을 여성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이미 1981년 세계노동기구 협약과 유럽사회헌장은 반드시 아버지가 육아휴직의 일부를 쓸 수 있는 장치를 만들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에서 아버지 할당제나, 아버지가 휴직할 경우 휴가기간을 연장해주는 인센티브제를 두고 있다. 유럽이사회의 조사 결과, 이런 제도는 노동시장의 성별 균형과 평등을 촉진하고 자녀 양육 등 가정 문제에 남성의 참여를 증가시킴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0년부터 남성에게 양도가 불가능한 3개월의 육아휴직을 허용한 아이슬란드에서는 출산율이 2002년 1.93에서 2003년 1.99로 늘어났다.

여성가족부도 그 전신인 여성부 시절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장기 목표로 삼았으나, 예산 문제나 기업체의 반발 우려로 아직 구체화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당정이 2008년부터 남성에게 사흘의 출산휴가를, 그것도 무급으로 준다고 합의한 게 고작이다. 출산율 1.1로 세계 최저인 나라로선 지나치게 안일한 대책이다. 기업들은 당장의 임금 부담 등의 이유로 할당제 등 육아휴직 개선방안에 반대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가자면 출산파업을 막는 것보다 시급한 게 없다. 독일 에너지기업인 에르베에 넷(RWE Net)이나 스웨덴 에릭슨 같은 회사는 스스로 나서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기업과 가정, 사회가 안정 속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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