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06 18:24
수정 : 2006.09.06 18:24
사설
전·현직 교수와 학자 등 700여명의 보수 지식인이 그제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사회에서 지식인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곧, 동기와 문제의식이 타당하고 행태가 건강하며 주장의 근거가 확실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움직임은 그렇지 못해 유감스럽다.
우선 성명 자체가 그동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유포된 부정확하고 그릇된 논리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의 주장은 “반미, 반동맹에 자주라는 외피를 입혀 전시 작통권을 단독으로 행사하자는 시도”라는 문구에 집약돼 있다. 작통권 환수는 미국과 한-미 동맹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지식을 갈고닦은 이들의 생각이라곤 보기 어려운 단순 흑백논법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반미, 반동맹을 받아들여 작통권 이양에 동의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가상적인 적을 만들어놓고 집중 공격하는 것이 바로 마녀사냥이다.
두 나라 정부가 여러 해 동안 진행해 온 작통권 환수 협의 과정은, 이들의 눈에는 “정치 우선적으로 졸속 처리되”는 것으로 둔갑한다. 정부가 잡고 있는 2020년까지 국방예산 총액인 621조원이 모두 작통권 단독행사를 위한 것이라는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군사주권을 신장하기 위한 작통권 환수가 “군사적으로 미·일 양국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데 이르면 실소가 나온다.
성명 발표를 주도한 선진화 국민회의는 ‘선진화(보수) 세력’이 ‘좌파 세력’으로부터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며 올봄에 출범한 준정치단체다. 성명 발표를 위해 전국 대학의 교수·강사 등 7천여명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고 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예비연습 같다. 동기에서 순수하지 않고 행태도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작통권 문제를 정치화하는 건 바로 자신들이다.
이들의 말처럼, 작통권 환수는 국가 안보 및 한-미 동맹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다.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어떻게 재정립돼야 하고, 통일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길은 무엇인지 고심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탈탈냉전’의 안보전략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맡겨두면 우리 앞날은 보장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에 앞서 제발 정치적 마녀사냥은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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