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9.07 22:02 수정 : 2006.09.07 22:02

사설

한나라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 23명이 어제,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일부에서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 13명이 참가한 것을 두고 ‘당정 간의 불협화음이 드러났다’는 등 이들의 행동을 탓하고 있다. 여당 의원이 정부가 하는 일에 제동을 거는 것은 전례가 드물며, 모양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사회의 정당에서 의원들의 소신은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빗거리가 못 될 뿐 아니라 본질과 동떨어진 논란이다.

핵심은 조약 체결·비준에 관한 국회의 동의권(헌법 60조 1항)이 보장되고 있는지 여부다. 정부의 견해는 조약 체결은 행정부가 하고, 국회는 나중에 조약 비준에 앞서 동의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협상 먼저, 동의 나중’이라는 정부의 이런 견해는 그동안 합당한 헌법 절차인 것처럼 여겨져 온 게 사실이다. 국회와 시민단체의 협상 정보공개 요구를 정부가 줄기차게 거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23명의 의원은 이런 관행적 헌법 해석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의 동의권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를 의미하는 만큼 사후가 아니라 협상에 나서기 이전부터 타결될 때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행사돼야 하는 게 헌법 취지에 맞다”고 밝혔다. 국회가 충분히 토론과 심의를 하는 입법 과정처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협정문 성안(협상) 단계부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충분히 통제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주의 원리에 비춰볼 때 일리 있는 주장으로, 헌재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미국 헌법은 “대통령은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얻어 조약을 체결할 권리를 가진다”고 사전 동의를 규정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은 이를수록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헌재 판단과 별도로 정부는 미국처럼 국회 보고 등을 통해 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최대한 공개해 국민적인 토론을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실질적인 협상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일부만 선별해 짧은 기간에 열람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