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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8 18:40 수정 : 2006.09.08 18:40

사설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지난 5월의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일차로 정재은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신세계 지분 7.82% 전량을 정용진 부사장과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게 증여했다. 증여 주식 가치는 7천억원으로, 내야 할 증여세는 3500억원 정도 된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5.33%도 투명하게 증여할 것이라고 한다. 증여가 마무리되면 최고액 증여세 납부 사례가 될 듯하다. 재벌가의 세금 없는 대물림 고리를 끊는 본보기가 되길 기대한다.

동기가 어떠했든 신세계의 실천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아직은 절반의 실천이다. 광주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계열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편법 재산 불리기 의혹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잘한 일을 얘기하면서 과거를 들추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나, 이 부분까지 깨끗하게 정리한다면 신세계를 보는 국민의 눈길은 한결 달라질 게다.

재산을 물려주면 당연히 증여세나 상속세를 세법에 따라 내야 한다. 이 당연한 일을 하는 게 화제가 되고 신선하게 다가올 만큼, 재벌가 대물림은 편법으로 점철돼 왔다. 삼성가 이병철 회장 유족이 176억원, 정주영 회장 유족은 300억원만 상속세로 냈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삼성·현대만이 아니라, 굴지의 재벌가는 거의 예외 없이 그러했다. 차이가 있다면 머리를 좀더 잘 굴리고 못 굴리고에 따라 세법을 피해간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런 행태는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되풀이될 수 없는 일이고, 우리 사회가 더는 묵인해서도 안 된다. 세금 없는 대물림을 위해 온갖 방법을 썼던 일부 재벌이 신세계를 떨떠름하게 보고 있다는데, 참으로 유감이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시대가 변했음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산뿐 아니라 경영권까지 피붙이에게만 물려주려는 행태에서도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 외국의 유명한 부자들은 곧잘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고 떠난다. 그게 부자를 존경하게 하고, 모순에도 불구하고 서구 자본주의를 지키는 힘의 원천이라고도 한다. 세금 제대로 내는 것도 보기 힘든 터에 너무 앞선 바람이기는 하나, 우리 경제도 선진국 문턱에 있는 만큼 한둘쯤 그런 사례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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